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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페란토와 함께 한 유럽여행

– Vojaĝo en Eŭropo per Esperanto –
한 숙 희 / 익산지부 회원

7월 23일부터 30일까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개최된 제90차 세계에스페란토 대회는 세계 62개국에서 2,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끝났다. 폐막식에서 각국의 대표들이 내년에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대회의 막이 내렸다. 이 대회에서 원불교 분과를 개설하여 동분서주했던 우리 일행 6명은 큰 감동을 안고 10여 일간 흠뻑 정들었던 리투아니아를 떠나 체코 행 비행기를 탔다. 나름대로 흥미진진했던 그 여행기를 여기에 옮긴다.

체코 – 프라하 (2005년 8월 1일)
2시간여 비행을 한 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프라하. 천년의 고도 아름다운 도시 프라하!!! 한마디로 말해서 정말 예쁘고 고풍스러웠다. 일행 모두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여기서 살고 싶다’였다. 프라하 공항으로 우리를 마중 나온 Petro님은 앞으로 1주일간 우리 일행의 여정을 이끌어 주실 Esperantisto다.
(체코의 프라하성에서)

Apanto Twin Hotel에 짐을 풀고 전철을 타고 시청앞 광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엊그제 빌뉴스에서 헤어졌던 박화종 부회장님 일행을 우연히 다시 만났다. 광장 중앙에 피곤함에 지쳐 보이는 박화종 내외분을 발견한 것이다. 차를 빌려 몇날 며칠을 밤낮도 없이 강행군 하시더니 엄청 고단하셨나 보다. 부부가 서로 등 기대 받쳐주고 앉아 계시는 모습이 부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시청 벽에 붙어있는 시계가 매 정시에 쇼를 한다고 구름같이 모여드는 구경꾼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더니 글쎄 종 몇 번치고 꼬끼오~~~ 하고 끝나버린다. 정말 황당했다. 박화종 부회장님 일행과 공항에서 입국하며 만난 네덜란드 한스와 그의 체코친구까지 여기서 다시 만나 이곳의 명물 흑맥주를 마시면서 천년 고도의 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하고 예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처럼 그리고 꼭 만나야 할 사람들처럼 그렇게 한담을 나누면서 젊은 연인들이 북적대는 카렐교를 건너본다. 다음날 트램(전기버스)를 타고 서쪽 기슭에 있는 프라하 성을 올랐다. 성과 그 안에 있는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교회 비트 대성당을 구경하고 정오에 성문 앞에서 위병 교대식을 한다기에 성문 앞에 자리를 차고 앉아 기다렸다. 요즘 TV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을 한 것이다. 성을 구경하고 걸어 내려오면 작은 거인들이 살았다는 황금골목이 있다. 그곳에는 세계적인 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일생을 집필하며 살았다는 거처가 있어 그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프라하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서서 내생이 있다면 이곳에 와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꿈꿔보기도 했다. 카프카의 거리를 걸어 보기도 하고 아름다운 프라하를 동서로 나누어 놓고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블타바 강을 가로 지르는 카렐교 그 아래로 유람선이 떠있고 우리는 그 강가에 앉아 흑맥주 한잔을 시켜놓고 젊음을 누리면서 아름다운 프라하와 하나가 되어 본다. 블타바 강 유역으로 발달된 도시의 건축 문화유산과 함께 음악과 문학으로도 유명한 이 도시에 와서 우리는 정말 멋진 판토마임 연극을 감상할 기회를 갖고 너무도 좋아 나중에 프라하를 떠나기 전에 다시 모차르트 돈조바니 인형극을 보기로 했다.

슬로바키아 – Bratislava (8월 3일)
1993년 체코와 분리 독립한 슬로바키아는 체코에서 4시간여 기차를 타고 가면 수도 브라티슬라바가 있다. 한 때 체코와 한 나라였었음에도 너무도 다른 분위기의 나라. 우리 일행이 도착한 시간 비가 오면서 춥고 스산한 우리나라 11월의 날씨정도처럼 느껴졌다. 여름 얇은 옷 입고 일행은 추위에 무척 떨었다. 이곳에서는 Maia라는 Esperantistino가 역에 마중 나와 주었다. 그녀는 초등학교 교사로 아직 에스페란토가 서툴러 그녀의 스승이신 Gvidanto Elica여사님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비 내리는 도시를 구경 시켜주셨다.
(Maja와 Elica여사님과 Bratislava 시내에서)

중학교에서 독일어, 러시아어, 음악 등을 가르쳤었고 지금은 퇴직해 혼자 살고 있다는 그녀의 가족으로는 고양이 세 마리가 있다. 다음날 우리 일행을 집으로 초대해 이웃에 사는 그녀의 친구와 함께 만들었다는 맛있는 닭고기 요리로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고 또 아름다운 목소리로 에스페란토 노래를 불러 주셨고 자기가 공부하면서 만들었다는 책과 노래 가사집 등 많은 선물을 주셨다. 에스페란토를 통해 국경과 종족을 초월해 하나가 되어있는 순간이었다.

오스트리아 – 빈 (8월 4일)
이번 여름 유럽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오스트리아! 브라티슬라바 스타호텔에서는 룸 하나에 두개의 방이 있었는데 영산님 내외분이 자다가 옆방에 사람이 들어 깜짝 놀라는 일이 생겼다. 밤새 제대로 주무시지도 못하고 이른 아침 출발해 국제선 기차로 한 시간을 달려 오스트리아 비인 남부역에 도착. 여기서는 안내자 없이 하루를 구경해야 한다. 역에 내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우왕좌왕 하면서 그 동안 우리가 에스페란토 덕분에 얼마나 호강을 하면서 유럽을 돌아다녔는지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역 구내에 우리 한국 음식점이 있어 안내를 받고 쉰부른 궁전, 미술사 박물관등을 구경하고 중세문화의 유산이 풍부한 아름다운 도시를 걸어서 시청 앞까지 갔다. 음악의 도시답게 하이든, 모차르트, 슈베르트, 요한 스트라우스 등 유명한 작곡가를 탄생시킨 나라 오스트리아에서 는 바쁜 일정으로 아쉬움이 참 많았지만 다음 기회로 미련을 남겨두고 떠나와야만 했다.

다시 체코로 돌아오다 (8월 5일)
전날 오스트리아 비인에서 브라티슬라바로 다시 돌아와 Elica님의 초대를 받아 우정의 밤을 보내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스타호텔에서 하루 밤을 더 묵은 뒤 아침 일찍 역에서 기다려 주는 Maja와도 작별을 하고 다시 체코로 돌아왔다. Petro님이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Kongresejo 3층에서 근사한 저녁을 사 주셨다. 이 건물은 1996년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가 열렸었던 건물로 정원에 그 내용이 적혀있는 돌탑이 있었다. 우리 일행은 돈죠바니 인형극 관람을 하고 늦은 밤, 체코에서의 마지막 밤이 아쉬워 시내를 휩쓸고 돌아다니다가 시청 앞 광장 한 귀퉁이에 앉아 프라하의 유명한 흑맥주 한잔으로 긴 여행의 끝에 서서 못다 한 아쉬움을 달랬다.
세계대회를 비롯해 보름이 넘는 여행에서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 건강하고 무탈하게 그리고 즐겁고 재미있게 세상의 많은 나라 사람들과 많은 얘기들을 나눌 수 있어 정말 기뻤다. 아직 짧은 에스페란토 실력으로 충분한 대화를 나눌 수 없었음이 매우 유감스러웠지만…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에는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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