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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차 UK에 원불교 분과를 개설하고

– La Unua Faka Kunsido de Ŭonbulismo en la 90⁃a UK –

정봉원 교무 / 원불교에스페란토회 부회장 

에스페란토는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보호한다는 차원아래 평등세상의 기치를 들고 태어난 인공언어다. 올해로 100년을 맞이하는 세계대회는 2차 대전 전후에 10년을 쉬어 행사로는 90주년 대회가 되었다. 그 정신이 사뭇 종교와 닮았다. 그래서인지 모두들 이 언어를 하는 사람들 선량하기 정신이 건강한 것 같다. 원불교 역사도 올해로 90년이다. 에스페란토 역사와  많이 닮았다. 118년전 자멘호프박사가 에스페란토를 창안하고 1905년 세계대회를 시작해 이번 대회는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개최되었다.

원불교에 에스페란토가 들어온건 25년 전 일이다. 종로교당에 법타원 김이현, 이어서 좌산 종법사(현재 종법사)님이 교감님으로 계셨을 때 청년회원들이 활발하게 이 운동을 전개했다. 종법사님도 함께 공부하시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든든한 후원자이시며 적극적으로 이 운동을 펴나가게 이끌어 주신다.

한국에서 제90차 세계대회 원불교 분과개설을 위해 떠난 일행은 7명으로 출가자로는 수위단원이신 영산 김상익 교무님과 나, 재가교도는 정토이신 박용신님, 오순모님, 한숙희님과 딸 그리고 이중기 교수님이었다. 몇 달 전부터 준비에 준비를 해왔던 우리였지만 가슴 졸여지는 건 여전했다. 원불교를 에스페란토라는 장대한 세상에 알리는 특명을 받고 15시간의 비행을 거쳐 멀고 먼 리투아니아에 도착한 우리는 최보광(대석)님댁에 짐을 풀었다.

2500여 명이 참석한 에스페란토 세계대회는 대 장관이었다. 리투아니아라는 나라는 개국 이래 이렇게 큰 행사와 많은 외국인은 처음이라고 했다. 우린 대회기간동안 내내 책자를 나눠주고 게시판과 매일 나오는 신문에 분과개설을 알리는 등 정성을 다했다. 23일부터 시작된 행사는 1주일 지속됐는데, 우리 원불교 분과는 29일 오전 9시에서 10시 반 까지였다. 대회기간 내내 홍보하면 되겠구나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었다. 사람들이 3일 정도 지나자 지치기 시작하여 오후쯤에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 분과가 너무 이른 시간이라 속이 탔다. 이러다 준비한 좌석이 텅 비어 버리면 어쩌나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정성이 어디 갈까. 전날 오후에 행사 장소에 미리 일원상기와 현수막을 붙이고 불단을 갖춰놓고 의자배열도 다 해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집 앞에서 100여 장의 예쁜 나뭇잎으로 다식접시를 만들고 한국에서 반죽해 간 삼색 다식을 밤새워 만들었다. 예행연습도 한 번 해보고…

다음날 아침 일찍 불단 도구와 한국에서 가져간 항아리 뚜껑에 연차를 준비하고 예쁜 꽃들을 크리스탈 접시에 동동 띄우고, 찻잔 70여개와 받침, 커피포트등 한 살림 장만해 가서 식에 임했다. 캠코더에 홍보 동영상을 넣고 빔 프로젝트를 쏘았다. 달변이신 원무님의 통역과 청수를 올리는 의식인 헌다식을 시작으로 홍보 동영상에 기도의식, 성가, 종법사님 축사, 법어봉독 등이 끝나고 다식과 차 공양을 했다. 1시간 반이 부족해 2시간을 다 썼다. 한국 사람들이 더 감탄하며 좋아했다. 다식이랑, 연꽃차랑… 그 정성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최보광님댁에 함께 유숙한 브라질의 언어학자 제랄드 박사(에스페란토 학술원장)는 포르투갈어로 원불교 대종경(교조인 대종사님의 말씀) 번역을 완성하였음에 칭송을 받았다. 7개의 종교(불교, 가톨릭, 개신교, 오오모또, 바하이, 정령교, 원불교)가 분과모임을 가졌는데 우리 모임이 성공적이였던 것 같은 자부심이 든다.

준비해 간 전통 부채 200개 중 180여개가 나갔다. 나머지는 최보광님이 따로 소중히 쓰신다고 해 남겨두었다. 70명 좌석의 회의실을 빌렸는데 발 디딜 틈이 없어 130여명정도만 들어왔다. 한국에서 가신 분들은 이웃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내 일처럼 적극 도와주셨다. 모두들 만나기만 하면 우리 분과모임에 오도록 홍보를 해 주셨다. 이웃종교 바하이, 오오모또교등 관계자들이 함께 했다. 홍보동영상 시디를 보고 모두들 놀라워했다. 원불교는 에스페란토의 세계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는 종교이다. 특히 일본의 오오모또교는 에스페란토가 의무화되어 있는 종교라는데 작은 신종교로 보았던 원불교의 발전에 놀라는 빛이 역력했다. 동영상에 교육, 의료, 교화, 자선기관들이 세계 각국에 널리 퍼진 것을 보고 바로 올 10월에 익산총부를 방문하겠다며 안내를 부탁했다.

뿌듯함… 원불교 첫 분과개설은 대성공이었다. 모두들 그 사실에 흥분되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런 느낌에 해외에서 교화를 하는가보다. 더우기 1년 전부터 준비한 현지인으로 구성된 5인조 앙상블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앙상블은 보광님과 그의 부인인 비다의 인척으로 구성되었기에 최보광님과 그 가족에게 감사한다. 대회 도중 폴란드 방송국에서 에스페란토 세계대회의 원불교 분과개설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 “밖으로 미래로 사회로 세계로”라는 표어를 내걸었는데 그 뜻을 물어왔다. 보광님이 자상히 설명해주셨다. 이제는 말로만 하던 동구권 교화도 머지않은 듯 하다. 이번을 계기로 세계대회에 지속적으로 원불교 분과를 개설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원불교를 알리게 된다면 한해에 2000여명의 사람들이 원불교를 알아가는 저변확대에 기여를 함은 물론이요, 해외교화에 고생하시는 교무님들에게 큰 힘을 될 것이다.

세계대회를 원만히 마치고 우리일행은 5일 동안 체코와 슬로바키아, 빈을 방문하였다. 체코에서는 페트로가 마중 나왔고 가는 곳마다 에스페란티스토가 초록깃발을 들고 환영해주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슬로바키아에서는 마야와 할머니가 집에 초대까지 해주어 슬로바키아의 문화를 흠뻑 느끼고 왔다.  얼마나 고마운 인연들인지… 에스페란토가 아니었으면 좀처럼 만나기 힘든 분들일 것이다. 며칠동안 공항에서부터 호텔로, 시내로, 관광지로, 다시 오는 날 공항까지 아무런 대가 없이 그런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이들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모두들 황금 같은 자기 시간을 관리하기가 바쁜 오늘날에 말이다. 에스페란토의 정신이 이러한 선행을 낳는 일을 하는데 앞장선다면 이 세계는 그야말로 맑고 밝고 훈훈한 일들만이 가득할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espero가 살아있는 한 전쟁이나 기아, 각종 재해가 일어날지라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에스페란토를 세계인들 모두가 배워야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야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세계평화, 평등주의, 배려, 단합 이것들이 오늘날 가장 필요한 덕목 아닐까? 세상을 하나로 엮어지는 에스페란토 정신과 일원회상이 일치가 되어 한 마음 한 뜻으로 지구촌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그 날이 빨리 도래하기를 가슴속으로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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